“내 추구미는 이런 쪽임.”
요즘 한국 인터넷에서 꽤 자연스럽게 보이는 말이다.
그리고 이 단어는 뜻을 뜯어보면 의외로 쉽다.
추구(追求) + 미(美).
여기서 미(美)는 한자로 아름다울 미다. 말 그대로 풀면 ‘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가깝다.
그런데 여기서 아름다움은 꼭 얼굴이 예쁘다는 뜻만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내가 원하는 분위기, 심지어 내가 살고 싶은 생활방식까지 전부 추구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롤모델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고, 이상형이라고 하면 사람 이야기 같고, 취향이라고 하면 그냥 좋아한다는 뜻에 가깝다.
추구미는 조금 다르다.
“나는 이런 쪽으로 가고 싶어.”
딱 이 정도다.

실제 내가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내 추구미는 말수 적고 시크한 사람.”
이라고 말했다고 치자.
그래서 실제로 말수가 적냐?
아니다.
친구를 만나면 두 시간 동안 혼자 떠들 수도 있다.
“내 추구미는 아침형 인간임.”
그래서 매일 6시에 일어나냐?
아니다.
알람 여섯 개 끄고 11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내 추구미는 미니멀 라이프.”
그런데 방에 택배박스가 열두 개 쌓여 있을 수도 있다.
상관없다.
그게 현재의 내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이니까.
그래서 추구미는 현실과 조금 멀어도 된다.
오히려 멀수록 쓸 일이 많아진다.

사람만 추구미가 되는 것도 아니다
처음 들으면 외모나 패션에만 쓰는 말 같지만 범위가 꽤 넓다.
“이 언니 스타일 완전 내 추구미.”
이건 아주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것도 된다.
“이 집 인테리어 내 추구미야.”
“저 사람 말하는 방식이 내 추구미.”
“퇴근하고 매일 운동 가는 삶이 내 추구미임.”
“여행 가서 호텔 말고 한 달 살기 하는 게 내 추구미.”
옷.
머리.
몸.
집.
성격.
말투.
직업.
생활방식.
결국 내가 보고 ‘나도 저런 쪽이고 싶다’고 생각하면 추구미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취향이랑도 조금 다르다
예쁜 걸 봤다고 전부 추구미는 아니다.
“예쁘다.”
“좋다.”
“갖고 싶다.”
여기까지는 그냥 취향일 수 있다.
추구미에는 아주 조금이라도
“나도 저쪽으로 가고 싶다.”
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클래식카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게 무조건 추구미는 아니다.
그런데 클래식카를 타고, 오래된 가죽 재킷을 입고, 작은 카페를 다니면서 사는 인생 전체를 보고
“아, 저게 내 추구미인데.”
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건 물건 하나가 아니라 내가 갖고 싶은 이미지다.
그리고 추구미에는 자조가 잘 붙는다
추구미가 재밌는 건 여기다.
사람들은 자기 추구미를 말하면서 현재 자기 모습을 같이 까버리는 경우가 많다.
“내 추구미는 매일 운동하는 건강한 사람.”
“오늘 운동 갔어?”
“아니.”
“어제는?”
“아니.”
“이번 주는?”
“추구미라니까.”
끝.
추구미는 목표가 아니다.
실행계획도 아니다.
희망사항이어도 된다.
그래서 “추구미와 현실의 차이”라는 말도 자연스럽다.
화면에는 깔끔한 흰 셔츠에 슬랙스를 입은 사진을 올려놓고, 실제 나는 늘어난 티셔츠에 슬리퍼를 신고 있다.
추구미.
그리고
현실.
이 두 장만 붙여놔도 설명이 된다.
굳이 한 사람을 롤모델로 삼을 필요도 없다
롤모델은 보통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
조금 진지하다.
인생의 방향 같은 느낌도 난다.
추구미는 훨씬 가볍다.
오늘은 어떤 배우의 헤어스타일이 추구미일 수 있고, 내일은 카페에서 본 사람의 코디가 추구미일 수 있다.
또 어떤 날은
“일 안 하고 바닷가에서 책 읽는 삶이 내 추구미.”
일 수도 있다.
사람이 없어도 된다.
분위기만 있어도 된다.
그래서 추구미를 하나만 가질 필요도 없다.
패션 추구미 따로.
집 추구미 따로.
연애 추구미 따로.
인생 추구미 따로.
월요일 추구미와 토요일 추구미가 달라도 아무 문제 없다.
그래서 번역하면 조금 심심해진다
영어로는 상황에 따라 aspiration, aesthetic, ideal, vibe 같은 표현을 쓸 수 있다.
뜻은 전달된다.
그런데 한국어의 추구미는 그걸 아주 가볍게 만들어버린다.
거창한 인생 목표가 아니라
“나 요즘 이런 느낌 좋아하고, 대충 이쪽으로 가고 싶음.”
정도의 거리감.
그래서 친구끼리 툭 던지기 좋다.
“너 요즘 옷 스타일 왜 바뀌었어?”
“요즘 내 추구미가 이쪽임.”
끝.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추구미는 언제든 바뀐다
작년의 나는 올블랙이 추구미였는데 올해는 흰 셔츠에 청바지가 추구미일 수도 있다.
예전에는 큰 집이 추구미였는데 지금은 작은 집에서 물건 없이 사는 게 추구미일 수도 있다.
사람이 바뀌었다기보다
지금 내가 어디를 보고 있는지가 바뀐 거다.
그래서 누군가
“네 추구미가 뭐야?”
라고 물으면 너무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인생의 목표를 묻는 게 아니다.
요즘 네가 보고
“아, 나도 좀 저랬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것.
그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그것과 전혀 달라도 괜찮다.
어차피 이름부터
추구미니까.
참고 출처
- 서울경제 「[신조어 사전] 추구미」 —
추구와미(美)의 결합, 자신이 목표로 하는 미적 스타일·감성이라는 의미 확인 / 2024-01-21 / 확인일 2026-08-15 - 캐릿 「Z세대에게 먹히는 새로운 트렌드 키워드 ‘추구미’」 — ‘추구하는 미(美)’의 줄임말, 원하는 이미지·모습과 넓은 사용 범위 확인 / 2024-06-18 / 확인일 2026-08-15
- 경향신문 「가장 최신의 사랑 언어, 추구미」 — 추구하는 미적 이상향·감성과 다양한 대상에 적용되는 용법 확인 / 2024-02-09 / 확인일 2026-08-15

